'최고포수' 출신 박경완 감독대행, 박종훈이 소환한 정대현의 추억


잠수함의 높은 도루 허용률. 숙명과 같다.
셋 포지션에서 팔이 아래로 떨어지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길다. 변화구도 비율도 높다. 상대 타선에는 좌타자가 많이 배치된다. 포수의 1루 견제도, 2루 송구도 편할 리가 없다.
국내 투수 중 팔 위치가 가장 낮은 SK '잠수함' 박종훈. 그 역시 퀵 모션에 한계가 있다. 요즘 이래저래 고민이 많다. 최근 4연패. 잦은 도루 허용도 스트레스 중 하나다.
올 시즌도 21차례 도루 허용, 도루 저지는 단 2차례 뿐이었다. 악순환이다. 빠른 주자를 내보내지 않으려다 보니 투구수가 는다. 빠른 주자가 나가면 도루 저지를 의식해 볼이 더 많아진다.
국내 최고 포수 출신 박경완 감독 대행. 박종훈의 고민을 모를 리 없다.
문제는 근원적이라는 사실이다. 뾰족한 수가 없다. 박경완 감독 대행은 지난 30일 "사실 빠른 주자를 출루시키지 않는 것이 최선인데…"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오늘 이야기기한 건 아니고, 어느 팀을 만나든 핸디캡을 개의치 말고 편안하게 자신의 투구에 집중하라고 조언했다"고 말했다. 장점으로 단점을 덮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박종훈의 고민. 박 감독대행의 기억을 소환했다. 바로 국내 최고 잠수함 투수 중 하나였던 정대현 코치다. SK 와이번스 시절 함께 호흡을 맞췄던 배터리. 정대현은 통산 106세이브, 121홀드를 기록한 특급 불펜 투수였다.
박경완 감독대행은 "나도 도루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사람 중 하나"라며 "종훈이와 비슷한 유형의 정대현 투수와 포수로 호흡을 맞출 당시 많이 준 기억 밖에 없다, 어쩔 수가 없었다"며 웃었다.
하지만 두 투수의 차이가 있다. 박종훈은 선발, 정대현은 구원이었다는 사실이다. 짧은 이닝을 소화하는 불펜 투수의 경우 상대적으로 도루에 대한 압박감이 덜할 수 밖에 없다.
박경완 감독대행 역시 이 부분을 지적하며 다른 처방을 내놓았다. 상황에 따른 '과감한 피치아웃'이었다.
"정대현 선수는 주로 마무리를 많이 해서 피치 아웃을 거의 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선발인 종훈이는 적절한 시점에 과감한 피치아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최경철 코치에게 더 과감한 사인을 내라고 부탁했습니다. 앞으로 조금 달라질 겁니다."
박종훈이 소환한 정대현에 대한 기억. 닮은 꼴, 다른 처방이 과연 '잠수함' 박종훈의 반등을 이끌까. 터닝포인트 마련을 위해 반드시 극복해야 할 과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