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어깨 수술은 내 야구 인생의 중요한 터닝 포인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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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 “어깨 수술은 내 야구 인생의 중요한 터닝 포인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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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 “어깨 수술은 내 야구 인생의 중요한 터닝 포인트였다”

류현진, “어깨 수술은 내 야구 인생의 중요한 터닝 포인트였다”


“어깨 수술로 잃은 것도 있지만 커터를 얻었다”

“허니컷 코치가 알려준 노하우, 수첩”

“2018년 디비전시리즈 1차전 선발, 순서는 중요하지 않아”

“월드시리즈 등판, 팀을 잘 만난 덕분”

“버팔로 홈구장에 뜬 스나이퍼 2명”

“2020시즌 최고의 경기는 양키스전 7이닝 무실점”


017년 5월 26일 다저스타디움에서 메이저리그 데뷔 첫 세이브를 기록한 류현진은 선발투수가 경기 후 기자들을 만나는 인터뷰실이 아닌 자신의 라커 앞에서 인터뷰에 응했다. 마운드에 오른 류현진이 경기 후 라커 앞에서 인터뷰한 건 시범경기를 제외하고 그때가 처음이었다. 걱정했던 등판을 잘 마무리했다는 안도감 때문인지 류현진은 인터뷰를 마치고 우스갯소리로 “오늘 (오)승환이 형 같지 않았어요?”라며 환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팀을 위해 던졌다. 구단의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는 소감도 전했다.


메이저리그 첫 세이브 기록에 대해 지금은 웃으면서 이야기 할 수 있지만 그때는 팀에서 불펜 투수로 내려 보냈다는 사실에 자존심이 상했을 것 같아요.


“개인 성적이 안 좋았기 때문에 구단의 제안을 반박할 수 없었어요. 제가 불펜으로 내려가는 걸 부담스러워했던 건 선발 자리를 놓쳐서가 아니라 선발 투수의 루틴이 몸에 배어 있는 선수가 불펜 투수의 루틴을 따라갈 수 있을까 싶었거든요. 수술해서 복귀한 선수가 짧은 시간 안에 몸을 풀고 마운드에서 제대로 공을 던지는 게 가능할지 잘 몰랐으니까요. 그래서 걱정이 좀 됐습니다.”


그 경기를 오승환 선수가 지켜봤습니다.


“저로 인해 승환이 형이 하루 쉬었던 날이죠(웃음).”


2017년 그렇게 절치부심했음에도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들지 못했을 때 실망감이 컸을 텐데요.


“많이 힘들었죠. 하지만 어느 정도 이해는 됐어요. 그때 제 공이 썩 좋지 않았으니까요. 그래도 선수단과 함께 움직이면서 허니컷 코치님하고 피칭 연구도 하고, 커터를 던지기 시작했기 때문에 아쉬움은 없습니다.”


2018시즌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라면 바로 ‘수첩’입니다. 등판하는 날 더그아웃에서 수첩을 보는 장면이 소개되면서 수첩의 쓰임새가 궁금했는데 일기를 통해 그 내용을 소개해줬었죠.


“그때부터 제 야구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2018시즌 들어 허니컷 코치님이 상대할 라인업을 보고 스스로 공부해 오라고 주문하셨어요. 팀에서 건네준 데이터 분석 자료와 영상들을 비교하고 체크하면서 상대할 선수들의 약점과 장점을 파악해나갔어요. 남이 해준 자료를 보고 머릿속에 입력하는 것과 제가 직접 찾아보고 메모해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더라고요. 덕분에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빤트티비 스포츠중계 그런 방법을 조금 더 일찍 시작했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무엇이든지 계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일찍 시작했다면 지금까지 길게 해오지 못했을 겁니다. 수술 후 재기에 대한 절박함도 있었고, 건재함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있었기 때문에 코치님의 조언을 받아들였습니다. 그 덕분에 부상 없을 때는 2013년, 2014년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류현진은 토론토 블루제이스 입단 후에도 다저스 시절의 방법을 이어갔다. 하지만 지난 시즌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사인 스캔들이 터지면서 영상 자료들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사라졌다. MLB 사무국에서 선수들의 접근을 차단했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구단이 준비한 자료들만 보고 경기를 준비했다는 그는 다저스 시절 작성한 수첩들을 소중히 보관 중이라고 한다.


2018년 디비전 시리즈 1차전 선발로 나갔습니다. 당시 1차전 선발로 클레이튼 커쇼가 나가느냐 아니면 류현진이 나가느냐 해서 큰 관심을 모았습니다. 1차전 선발 등판한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어떤 생각이 들던가요.


“저는 몇 번째 등판하는지가 중요하진 않았어요. 어느 순서에 나가든 마운드에서 잘 던지는 게 중요하지 1,2차전 등판 여부가 뭐가 중요하겠어요. 지금도 등판 순서의 중요성은 못 느껴요.”


빤트티비 스포츠중계 월드시리즈 등판 때도요?


“네. 다른 선수들은 아무래도 첫 번째 등판을 선호할 수 있겠죠. 1차전 선발은 그 팀에서 가장 믿는 투수를 내보내니까요. 그런 걸 제외하곤 순서는 큰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전(2018년 10월 5일)에서 최고의 피칭을 선보였어요(7이닝 동안 4피안타 무사사구 8탈삼진 무실점). 당시 다저스타디움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본 샌디 쿠펙스가 기립박수를 보냈던 장면이 인상적이었는데요. 혹시 그 영상 보셨나요?


“네 봤어요. 다저스의 레전드가 그렇게 기립 박수를 보내주신 부분은 어떻게 말로 표현 못할 정도로 고마웠죠. 저는 그 경기에서 선발 투수의 역할을 해냈다는 점이 기분 좋았어요. 중요한 경기에서 실점 없이 등판을 마무리했다는 것도 기뻤고요.”


2018년 월드시리즈 2차전에 선발 등판했는데 로버츠 감독이 5회에 교체를 합니다. 마운드를 내려올 때 표정이 썩 좋지 않았던 걸로 기억해요.


“당연히 아쉬웠죠. 앤드류 베닌텐디 선수를 볼넷으로 내보내는 바람에 감독님 입장에서도 어쩔 수 없이 교체카드를 꺼내신 거예요. 저도 베닌텐디 선수가 마지막 타자일 수도 있겠다 싶었거든요. 그 다음 타자가 3번 타자이고 중심 타선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제가 감독이라고 해도 교체했겠지만 아쉬운 건 아쉬운 거였죠.”


빤트티비 스포츠중계 류현진은 한국인 투수 최초로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에 선발 등판했다. 2018년 10월 25일 펜웨이 파크에서 열린 보스턴과의 월드시리즈 2차전에 선발 등판한 류현진은 4⅔이닝 동안 6피안타 5탈삼진 1볼넷 4실점을 기록했다. 2-1로 앞선 5회 2사 만루 위기에서 라이언 매드슨과 교체됐는데 매드슨이 주자를 모두 홈으로 불러들이는 바람에 자책점이 4점으로 늘었고 팀은 2-4로 패했다.


류현진 선수한테 월드시리즈는 어떤 기억으로 남아 있을까요?


“그전에(2017년) 휴스턴이랑 할 때는 제가 엔트리에 포함되지 않았고, 보스턴이랑 할 때는 등판했지만 두 번 다 패해서 그런지 아쉬움이 커요.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얻을 수 있는 기회였으니까요.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있지만 메이저리그 우승 반지가 없어요. 어떻게 보면 그 또한 운도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팀을 잘 만난 덕분에 그 자리까지 갈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고요.”

2019년 LA 다저스에서 한 해 더 뛴 다음 FA 자격으로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계약을 맺었습니다. 새로운 팀에 대한 설렘도 있지만 오랫동안 함께 했던 팀과 헤어지는 것도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토론토 입단 당시 미국 처음 갔을 때의 모습이 떠올랐어요. 그때는 메이저리그 자체가 미지의 세계였잖아요. 아무 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갔던 것이고요. 또 다시 새로운 팀에 적응해야 하고, 새로운 선수들을 알아가야 한다는 점에서 다저스 입단했을 때의 장면들이 생각나더라고요. 스프링캠프에 첫 합류했을 때의 모습도요.”


2020시즌은 코로나19로 시즌 전체가 변칙적으로 운영됐습니다. 홈구장인 토론토 로저스센터가 아닌 트리플A팀인 버팔로 세일런필드를 홈으로 사용했었죠. 루틴을 중요시하는 투수 입장에서는 올시즌이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팀에서 잘 도와준 덕분에 예상보다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어요. 클럽하우스와 웨이트트레이닝 시설, 식당 등을 짧은 시간 동안 완벽하게 리모델링해서 불편함은 없었습니다. 이건 어디에도 소개되지 않은 내용인데 경기장에 항상 2명의 스나이퍼가 있었어요. 보통 메이저리그 경기장은 외야가 관중석으로 돼 있고, 외부에서 경기장을 볼 수 없는 구조인데 세일런필드는 외야가 뚫려 있고 관중석이 낮아 자칫 위험할 수도 있었거든요. 어쩔 수 없이 구단에서 2명의 스나이퍼를 배치해놓고 최대한 안전에 신경을 썼어요. 우리가 훈련할 때쯤이면 그 두 분이 망원경으로 야구장을 예의 주시하며 관찰하더라고요. 처음에는 그들의 존재를 잘 몰랐다가 선수들이 스나이퍼가 있다고 해서 알게 됐는데 무척 신기했어요.”


토론토 선수단은 2주간의 미니 캠프를 마치고 트리플 A팀의 홈구장인 뉴욕주 버팔로 세일런 필드로 이동했다. 캐나다 정부가 코로나19로 인해 외국인의 입국을 불허했기 때문에 토론토는 짧은 시간 안에 세일런 필드에 메이저리그급의 클럽 하우스와 더그아웃 홈구장을 새롭게 단장했고 토론토는 2020시즌 동안 그곳에서 홈 경기를 치렀다. 류현진은 스프링캠프를 플로리다에서 치르고 미니캠프는 토론토에서 정규시즌을 버팔로에서 맞는 고단한 일정을 소화했다.


세일런필드의 바람이 대단했다면서요?


“제가 살면서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바람이었습니다. 투구하려고 준비 자세를 취할 때 바람 때문에 몸이 휘청거릴 정도였으니까요. 제 체격에 중심 잡기가 어려웠다면 믿으시겠어요? 엄청난 강풍으로 고생 좀 했습니다.”


올 시즌 치른 경기 중 인상적이었던 경기를 하나만 꼽는다면?


“양키스전 7이닝 무실점입니다. 시즌 내내 그런 경기만 했으면 좋겠어요(웃음).”


그런데 7이닝 무실점 다음 등판에선 힘든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 다음 경기는 떠올리고 싶지 않습니다.”


다시 그때로 돌아가서 7이닝 무실점을 하느냐, 와일드카드 시리즈 준비에 집중하느냐를 선택한다면 어떤 선택을 할 것 같아요?


“둘 다 잘했으면 좋겠어요. 양키스전 7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날 우리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이 확정됐습니다. 그래서 그 다음을 준비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어요. 올해 가장 많은 공을 던졌지만(100구) 선발 투수라면 100구 이상은 던져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다음 경기가 와일드카드 시리즈였고, 그 경기에서 대량 실점했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가 나온 거지 양키스전에 집중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어요.”


류현진은 2020년 9월 25일 세일런필드에서 열린 뉴욕 양키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5피안타 무실점을 이루며 팀을 4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로 이끌었다. 류현진은 9월 25일 경기 전까지 양키스전 통산 4번 등판해 2패 7피홈런 평균자책점 8.80이었다.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이 걸린 중요한 경기에서 양키스를 다시 만난 류현진은 멋지게 설욕전을 펼치며 큰 경기에 강한 투수임을 입증했다. 하지만 와일드카드 시리즈 2차전에 선발 등판한 류현진은 1⅔이닝 3탈삼진 1볼넷 7실점 3자책으로 무너지고 말았다.


당시 김광현 선수가 와일드카드 시리즈 1차전 선발 등판 준비하다 전광판에 뜬 토론토 실점을 보고 깜짝 놀랐다는 말이 생각나네요. 처음에는 토론토 득점인 줄 알았다면서요.


“제가 잘못했죠(웃음).”


류현진 선수한테 2020시즌은 어떤 기억으로 남을까요?


“어깨 수술했을 때만큼이나 기억에 남는 한 해였어요. 모든 게 처음이었잖아요. 메이저리그 60경기도 처음이었고, 빅리그 팀이 마이너리그팀 홈구장에서 경기한 것도 처음이었고, 한 시즌 내내 호텔 생활한 것도 처음이었어요. 먹는 것, 생활하는 것 모두가 이전 미국 생활과는 큰 차이가 있었기 때문에 2020시즌은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만약 2021시즌도 홈구장에 가지 못하고 플로리다 더니든 또는 버팔로에서 치러야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건 제 의지대로 할 수 없는 부분이잖아요. 팀의 방향대로 따라갈 수밖에요.”


마운드에서 상대팀 선발 투수를 타자로 만난 적도 있는데 매디슨 범가너와 잭 그레인키 중 어떤 타자가 더 위협적이었나요?


“범가너요. 제가 그 선수한테는 홈런을 맞았지만 그레인키 선수한테는 안타 맞은 기억이 없거든요. 범가너 선수는 절 상대로 홈런과 안타를 기록했어요. 체격이 있다 보니 타석에 들어서면 위압감이 느껴지더라고요.”


2019년 4월 3일 류현진은 매디슨 범가너에게 투런 홈런을 허용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범가너는 류현진 상대로 10타수 2안타를 기록했다.


여러 가지 기념구들 중 류현진 박물관이 세워지고, 그중 하나만 전시할 수 있다면 어느 기념구를 선택할 것 같아요?


“메이저리그 마지막 시즌 때 던진 마지막 공이요. 첫 번째는 지나가는 거지만 마지막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거니까 마지막 공이 더 의미 있을 것 같습니다.”


류현진한테 ‘MLB일기’란?


“평소에 하지 못한 말들을 할 수 있는 곳.”


류현진한테 추신수의 존재란?


“무서운 형이요. 워낙 도움을 많이 받아서 저한테는 든든한 버팀목입니다.”


류현진한테 김광현이란?


“멋진 동생!”


이유는요?


“그 나이에 도전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보란 듯이 잘해냈잖아요. 광현이는 멋진 동생입니다.”


류현진은 인터뷰 말미에 지난 8년간 MLB일기를 구독해준 팬들에게 다음과 같은 인사를 남겼다.


“오랫동안 제 일기를 봐주시고, 댓글도 남겨주시고, 좋은 말이든, 안 좋은 말이든 그 내용들을 통해 더 성숙해질 수 있었습니다. 부상과 재활 등으로 일기를 거른 적도 있지만 일기는 제가 팬들에게 이야기하고 싶은 또 다른 공간이었습니다. 그동안 많이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욱 열심히 하는 선수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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