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하든 따라갔다가 '1인자'에서 '2인자'로 추락한 러셀 웨스트브룩

제임스 하든과 러셀 웨스트브룩은 절친이다.
10세 때부터 친구였던 이들은 미국프로농구(NBA)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에서 3년간 함께 뛰었다.
썬더에서 웨스트브룩은 주전으로, 하든은 식스맨으로 활약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웨스트브룩이 더 잘 나갔다.
웨스트브룩은 사실상 썬더의 ‘대장’이었다. 인기도 최고였다. 썬더팬들은 승패를 떠나 그의 ‘원맨쇼’에 열광했다.
하든은 웨스트브룩의 그늘에 가려 인지도가 그리 높지 않았다.
하든은 마치 마이클 조던의 그늘에 가려 늘 ‘2인자’에 만족해야 했던 스코티 피펜과 비슷한 존재였다.
그랬던 하든에게 ‘인생 역전’의 기회가 찾아들었다.
썬더 입단 후 이렇다 할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던 그는 입단 3년 차인 2011-12 시즌 슈퍼식스맨 반열에 올랐다. 경기 당 평균 16.8득점 4.1리바운드 3.7어시스트 야투율 49.1%의 알토란 같은 활약으로 케빈 듀란트, 웨스트브룩과 함께 당당히 빅3로 맹활약했다.
하든과의 계약연장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썬더는 하든에게 거액을 안겨주는 데 부담을 느꼈다. 4년 최고 5500만 달러를 제시했으나 하든은 이를 거절했다.
결국 썬더는 구단 최악의 실수를 범하게 된다. 하든을 휴스턴 로키츠에 트레이드해버린 것이다.
하든은 로키츠와 5년 8000만 달러에 계약했다.
썬더에서 식스맨으로만 뛰었던 그는 로키츠에서 스타팅멤버로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로키츠에서의 활약상은 기대 이상이었다.
2012~2013시즌에서 평균 25.9득점으로 슈팅가드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낸 하든은 이후 매시즌 20점 중후반대의 평균 득점을 기록하더니, 2017~2018시즌을 앞두고 로키츠와 4년 1억7000만 달러라는 초대형 계약연장을 한 후 그해 평균 30.4득점으로 르브론 제임스를 누르고 리그 MVP에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지난 시즌에서도 그의 득점력은 가공할만 했다. 평균 36.1득점을 기록하며 기세를 올렸다.
올 시즌에서도 평균 34.4득점으로 MVP급 활약을 펼치고 있다.
식스맨에서 명실상부한 ‘1인자’가 된 것이다.
반면, 썬더에 계속 남아있으면 팀의 ‘1인자’ 지위에 있을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웨스트브룩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절친 따라 로키츠로 갔다. 썬더에 트레이드 요청을 한 것이다.
지금 웨스트브룩의 팀 내 지위는 ‘1인자’가 아닌 ‘2인자’다.
썬더에서는 자기보다 못했던 친구 하든이 ‘1인자’ 지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하든의 장악도가 워낙 높아 웨스트브룩의 활약상은 별로 부각되지 않는다. 올 시즌 평균 27.5득점으로 썬더 시절에 못지 않은 활약을 하고 있음에도 하든의 카리스마에 가려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
썬더에 그대로 있었다면 하든에 버금가는 연봉도 챙길 수도 있었을 웨스트브룩은 그러나 절친 하든과 같은 팀에서 농구하는 게 행복한 모양이다.
썬더의 실책과 ‘우정’ 때문에 지위가 뒤바뀐 이들이 로키츠에 얼마나 오랫동안 같이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