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관 77km 짜리 아리랑볼에 美 폭발적 반응

'느림의 미학' 유희관의 초슬로우 커브에 미국 해설자도, 팬들도 깜짝 놀라는 반응을 보였다.
유희관은 21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NC 다이노스와 홈 경기에 선발 등판, 6이닝 10피안타 1볼넷 1탈삼진 2실점(2자책)을 기록했다. 비록 많은 안타를 허용하긴 했으나 빼어난 위기 관리 능력을 보여주며 실점을 최소화했다.
이날 경기는 ESPN을 통해 미국 전역에 생중계됐다. 그 중 미국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건 바로 유희관의 전매특허인 '마법의 커브'였다. 공의 빠르기보다 제구를 주무기로 하는 유희관은 '아리랑 볼(초슬로우 커브)'을 간간이 던지며 타자들의 타이밍을 절묘하게 빼앗고는 한다.
두산이 0-1로 뒤진 3회초. 1사 후 NC 타석에 박민우가 들어섰다. 이때 유희관이 던진 초구가 포물선을 그린 뒤 포스 미트에 꽂혔다. 박민우는 방망이를 내지 않은 채 물끄러미 바라봤다. 전광판에 찍힌 구속은 시속 77km. 공식 기록 역시 시속 77km였다.
경기 후 미국 ESPN이 유희관의 이 커브 투구 영상을 홈페이지에 게재하자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ESPN은 "KBO 투수가 재미있어 보이는 매우 느린 공을 높게 던졌다"면서 "ESPN 해설자 에두아르도 페레즈(51)는 유희관의 49마일(78.8km/h) 커브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적었다. 현재 미국 누리꾼들은 유희관의 커브 영상을 공유하며 '놀랍다. 나도 저 정도의 구속은 던질 수 있다', '내 친구도 저 정도 속도로 던진다'라는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또 ESPN은 유희관의 커브 영상을 반드시 봐야 한다면서 "메이저리그로 보면 지난 2018년 호세 레이예스(37·도미니카 공화국) 이후, 우리가 지금까지 본 공들 중에서 가장 느린 공일까?"라고 전했다.
호세 레이예스는 뉴욕 메츠의 유격수인데, 지난 2018년 8월 1일(한국시간) 워싱턴과 원정 경기에서 투수로 나섰다. 야수이지만 불펜 소모를 막기 위해 팀이 1-19로 크게 뒤진 8회말 마운드에 오른 것이다.
레이예스는 설렁설렁 던졌고, 결국 1이닝 동안 5피안타(2피홈런) 2볼넷 1몸에 맞는 볼 6실점(ERA 54.00)으로 난타를 당했다. 당시 기록을 살펴보면 레이예스의 속구 최고 구속은 87마일까지 나왔으며, 이닝 후반 가장 느린 커브 구속은 49마일(79km)로 유희관보다 조금 빨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