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 불복하고 소송전 나선 키움, KBO "규정 무시하겠다는 것"

팬사찰 논란 직무정지 징계에 "사법기관 판단 받겠다"

선수협·일구회 등 야구계 비판 한 목소리

빤트티비 스포츠중계 키움 히어로즈가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징계에 불복하는 소송을 예고한 가운데 이를 보는 야구계 시선이 싸늘하다.

빤트티비 스포츠중계 KBO는 지난 28일 키움 구단의 이른바 팬사찰 논란 관련, 허민 이사회 의장에게 2개월 직무정지, 김치현 단장에게 엄중경고 징계를 내렸다. KBO는 "허민 의장이 KBO 규약의 품위손상행위를 했기에 이를 징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6월 허민 의장이 선수들을 상대로 피칭한 영상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시작된 이번 논란은 키움 소속이었던 이택근이 구단으로부터 당시 영상을 촬영한 팬에게 언론사 제보 여부를 확인하라는 지시를 받았고 키움이 영상을 촬영한 팬을 사찰했다고 주장하며 확대됐다. 이택근 측은 이 같은 주장을 징계 요청서와 함께 KBO에 전달했다.

다만 키움은 "CCTV를 확인한 이유는 일반인 출입금지 구역에서 제보 영상이 촬영된 것으로 추측돼, 보안 점검차원에서 이루어진 일"이라고 팬 사찰 의혹을 일축했다.

빤트티비 스포츠중계 KBO는 이후 상벌위원회를 열고 "키움 구단의 CCTV 열람과 관련된 일련의 행위는 개인정보보호법 기타 법규의 위반인지 여부에 대한 사법기관의 판단이 필요한 사안"이라며 "이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고, 향후 사법적인 조치가 이루어지는 경우 그 결과에 따라 제재를 심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허민 의장이 선수들과 캐치볼을 하는 등 공식 훈련 외적인 행위를 한 것은 의장 신분으로 부적절하고 불필요한 처신"이라며 "리그의 가치를 훼손한 점이 품위손상행위에 해당된다고 판단한다"며 2개월 직무정지를 내렸다.

그러자 키움이 "허민 의장에 대한 징계를 받아들일 수 없으며 사법기관의 판단을 받겠다"며 소송전을 예고한 것.

키움 관계자는 30일 뉴스1과 통화에서 "이번 징계에 대해 사법기관의 판단을 받겠다는 것으로 조만간 과정을 논의해 확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KBO는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이날 류대환 사무총장은 "리그 안의 일을 밖으로 끌고 나가는 것 자체가 우리의 상상의 범위를 벗어나는 일"이라며 "그간 이런 사례가 있지도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도 당연히 대응해나갈 것"이라며 "(구단이) 리그에 들어올 때는 규약을 준수하겠다고 하고 들어오지 않나. 지금까지 이 같은 규정이 지켜지면서 리그가 운영됐는데, 이를 신뢰하지 못하고 무시하겠다는 것"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야구계에서는 키움 구단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회장 양의지)가 "KBO 결정을 수용하지 않고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허민 의장의 태도는 리그의 가치를 심하게 훼손시키는 것이며 리그 퇴출까지 고려해야 할 사안"이라고 비판한 가운데 프로야구 OB 모임인 사단법인 일구회(회장 윤동균)도 KBO 결정에 지지의사를 밝히며 "키움 구단에는 프로야구의 존재 기반은 물론이고 중요 구성원인 선수에게 부당한 행위를 했음에도 그 잘못을 사죄하는 말은 단 한마디도 들리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소송전은 야구계와 팬의 강력한 저항을 불러올 수 있음을 키움 구단과 허민 의장은 깨달아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