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트 시도 하지마" 호잉에게 부탁한 최원호 프로야구중계 감독대행 왜?

"번트 시도 하지마" 호잉에게 부탁한 최원호 프로야구중계 감독대행 왜?
“마음만 받겠다고 했다”.
프로야구중계 한화 외국인 타자 제라드 호잉(31)은 지난 9일 사직 롯데전에서 2회 첫 타석에 초구부터 기습 번트를 댔다. 호잉의 번트 타구는 상대 투수 애드리안 샘슨의 오른쪽으로 빠르게 향했고, 1루에서 여유 있게 아웃됐다. 그 모습을 3루 덕아웃에서 바라보던 최원호 감독대행은 묘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10일 프로야구중계 롯데전을 앞두고 최원호 감독대행은 “호잉에게 팀을 위해 출루하려는 의지를 알겠지만 마음만 받겠다고 했다. 우리 팀에선 호잉에게 기습 번트를 대고 출루하는 것보다 화끈한 타격을 기대하고 있다”며 “조금씩 타격 컨디션이 괜찮아지고 있으니 기다리면서 기대하겠다”고 말했다.
발이 빠른 좌타자 호잉은 종종 기습 번트를 시도해왔다. 지난 2018년 3월24일 고척 넥센전 시즌 개막전에선 3루 쪽으로 기습 번트를 대며 데뷔 첫 타석을 내야 안타로 장식했다. 하지만 당시 호잉은 7번 타자로 시즌 초반 KBO리그 적응을 위해 하위타선에 배치되던 시기였다.
어느덧 KBO리그 3년차가 된 호잉은 그동안 3~4번 타순을 지킨 중심타자다. 그러나 시즌 초반 타격 슬럼프가 길어지면서 한화의 끝모를 추락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올 시즌 25경기에서 타율 2할2푼3리 21안타 4홈런 13타점 5볼넷 23삼진 4병살타 OPS .646으로 부진하다.
타격 부진이 길어지다 보니 이달 초에는 벤치에서 호잉을 향해 기습 번트 사인이 나오기도 했다. 외국인 타자에게 번트 지시는 좀처럼 나오지 않지만 긴 연패에 빠진 한화의 팀 사정이 워낙 급박했다. 호잉 스스로도 타격 부진을 탈출하기 위해 번트 시도를 늘리며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한화의 연패는 어느새 KBO리그 역대 최다 공동 3위인 16연패까지 불어났다. 이 기간 한화는 총 41득점, 경기당 평균 2.6점에 그치고 있다. 16연패 동안 14경기에 나온 호잉은 홈런 3개를 터뜨렸지만 타율 2할3푼1리 OPS .715로 생산력이 좋지 않다. 최근 홈런 2개는 승부가 기운 뒤에 나왔다.
한화는 최원호 감독대행 체제에서 2경기 연속 2년차 노시환이 4번 타자를 맡았다. 앞으로 키워야 할 거포 유망주이지만, 긴 연패에 부담을 느낀 듯 2경기 연속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이성열, 최진행 등 중심타자들이 2군으로 내려간 상황에서 호잉이 결국은 한화의 4번 타순을 맡아줘야 한다.
최원호 감독대행은 “지금 우리 팀에서는 호잉이 4번 타순을 쳐야 하지만 타격 컨디션이 좋지 않다”며 “전체적으로 다 다운돼 있어 솔직히 지금은 4번을 칠 사람이 없다. 고참들은 부담감을 더 많이 갖는다. 가뜩이나 안 좋은데 그 자리에 자꾸 밀어넣으면 부진 탈출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호잉이 어느 정도 감을 찾을 때 다시 4번 타순에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감을 찾지 못하면 한화도 더 이상 기다릴 이유가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