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독종이더라고요.”

11일 한화와의 맞대결을 앞둔 부산 사직구장, 전날 승리투수인 노경은(36)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롯데 허문회 감독은 혀를 내둘렀다. 평소 선수에 대한 직접적인 평가를 삼가는 성격이지만, 노경은을 설명하면서는 ‘독종’이라는 센 워딩까지 사용했다. 채식을 철저히 실천해온 노경은의 정신력 때문이었다. 허 감독은 “식사를 2번 같이 했는데, 전혀 고기를 안 먹더라. ‘그러면 힘이 나느냐’고 물으니 ‘나는 컨디션이 너무 좋다’고 이야기하더라. 솔직히 깜짝 놀랐다”고 회상했다.

노경은 올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선발진에 복귀하며 지구력을 키우고자 지난 1월 호주 스프링캠프에서부터 채식주의자로 변신했다. 흔들림 없이 진행한 지도 5개월째인데, 체력이 떨어지리라는 동료들의 우려와는 달리 스스로 느끼는 효과는 최상이다. 노경은은 “체중은 그대로인데 몸은 훨씬 가벼워졌다. 원래 그렇게 고기를 좋아하지 않아서 먹고 싶다는 생각은 잘 안 난다. 아무리 먹어도 체중은 그대로인데, 몸은 훨씬 가벼워졌다. 불필요한 지방도 다 빠졌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사령탑으로서 내심 걱정을 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를 통해 새로운 교훈을 얻게 됐다. 허 감독은 “과거 2~3년가량 다이어트를 하면서 단백질을 먹지 않으려고 노력해봤다. 나는 못하겠더라. 사람마다 몸도 생각도 다르다는 걸 배웠다. 기술도 마찬가지다. 선수마다 자신에게 맞는 스타일이 있단 걸 알았다”고 털어놨다. 노경은에 대한 신뢰는 더 두터워졌다. “자신이 운동을 더 잘하려 스스로 준비하는 것 아닌가. 초반 기복에도 크게 개의치 않았던 이유다. 그런 모습을 보니 믿음이 간다”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