씁쓸한 화제, “지금 뭐하는 행동이십니까?” 존댓말 심판
K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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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18 17:39
지난 14일, SK 정의윤이 볼 판정에 대한 불만으로 배트를 바닥에 내려치자 박근영 주심이 정의윤을 따라가 언쟁을 벌였다.
일촉즉발의 상황, 하지만 팬들의 예상과는 달리 정의윤과 심판 사이의 대화는 생각보다 차분(?)했다.
| 박근영 심판 : "지금 뭐 하는 행동이십니까? 뭐 때문에 그러시냐고요? 지금 불만 있어서 그러시는 거냐고요?" 정의윤 : "아닙니다. 아니요. (불만) 없어요." |
심판과 선수가 존댓말로 언쟁을 벌이는 상황이 팬들에겐 상당히 낯설게 다가갔다. 고성과 거친 언행이 오갔던 평소와는 다른 풍경이었기 때문이다.
심판의 존댓말 사용은 2017년 심판 내규에 포함됐다.
허운 심판위원장은 상호 존중의 차원에서 이 같은 내규를 만들었다고 전했다.
"선수, 감독, 코치와 대화할 때 존대를 하기로 매뉴얼에 정해져 있어요. 운동장에서 선수와 구단 관계자에게 예의를 갖추는 게 좋겠다고 생각해서 만들어졌죠. 요즘은 거의 다 존대를 하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아직도 잘 지켜지지 않는다. 실제로 2017년 문승훈 주심은 경기 중 선수에게 '거친 반말'을 쏟아냈다는 이유로 100만 원의 징계를 받기도 했다. 상호 간에 감정이 상해 '말이 짧아지는' 경우가 아직도 비일비재한 게 현실이다.
올 시즌은 심판에게도 마이크가 채워져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생생하게 팬들에게 전달되고 있어 심판의 언행은 더욱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근 심판이 외국인 투수의 폼을 지적하는 상황에서 주심의 반말에 가까운 목소리가 중계 카메라에 담겨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 "자꾸 마운드에서 발 뗐다 붙였다 하지 말고, 자꾸 그러면 주자 없어도 퀵피치로 스트라이크를 던져도 볼을 준다고." |
사실 존댓말 사용은 심판에게만 해당하는 일은 아닌 상황. 그동안 몇몇 선수들이 아버지뻘 되는 심판에게 거칠 게 항의하는 모습은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최근 선수들도 이 같은 상호존중의 문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400세이브라는 금자탑을 세운, 최고참 오승환도 선수들과 심판 모두 노력해서 존중의 문화를 프로야구에 정착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판분들도 선수를 존중하고, 또 반대로 선수도 심판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KBO가 클린 베이스볼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우고 있고, 이 존댓말 사용도 그것과 같은 맥락에 있다고 봅니다. 이런 문화 속에서 점차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선수들은 심판 판정에 대한 불만을, 심판은 계속되는 스트라이크존 논란에 대한 부담을 안고 매일 매일 경기를 펼치고 있는 지금. 상호 존중의 존댓말 문화는 서로의 오해를 조금이나마 해소하고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작은 방법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