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1737일 만의 4위↑, 승리의 DNA 심는 ‘허파고와 아이들’

‘허파고와 아이들’이 4위까지 뛰어올랐다. 정확하게는 삼성이 4위 안의 순위에 든 것은 1737일 만이다.
삼성은 7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KBO 리그 키움과의 시즌 7차전에서 13-2로 이겼다. 전날까지 KIA에게 승률에서 3리 밀린 6위였던 삼성은 이날 승리로 나란히 진 LG와 KIA를 제치고 4위에 올랐다.
삼성이 정규시즌에서 4위 이상의 성적을 기록한 것은 2015년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 10월5일이 마지막이었다. 당시 삼성은 정규시즌을 1위로 마쳤다. 아쉽게 당시 두산에 패해 한국시리즈는 내줬지만 팀의 위력은 여전했다. 하지만 그것이 ‘삼성 왕조’ 시대의 마지막이었다.
이후 2016시즌부터 삼성은 급격한 주축선수의 이탈로 하락세를 겪었다. 팀 순위 역시 9위, 9위, 6위, 8위가 이어졌다. 선수들에게서 승리의 DNA는 빠져나가기 시작했고 이제는 승리보다는 패배가 익숙한 팀이 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7일 경기에서 보여준 삼성의 모습은 과거 왕조시절의 모습을 떠올리기 충분했다. 비록 팀 컬러는 걸출한 투수나 타자들이 압도적인 기량으로 상대를 누르는 스타일이 아니었지만 오히려 10명이 한 발을 더 나아가는 조직력의 팀으로 변신했다.
선발 뷰캐넌은 최근 둘째를 임신한 아내와 아들의 동반 미국행으로 멘털이 크게 흔들렸다. 하지만 팀원들은 계속 뷰캐넌의 사기를 올려주며 그의 마음을 다잡게 했다. 뷰캐넌은 최근 동료들에게 초밥을 돌리며 ‘원 팀’을 강조했다. 뷰캐넌은 바로 다음 투구에서 6이닝 4안타를 맞았지만 1실점만 하며 키움의 강타선을 요리했다.
타선에서도 예전 왕조시절의 홈런은 없었다. 하지만 짧은 단타에도 1루까지 전력질주하는 모습과 어떻게든 한 베이스를 더 가려는 의지 그리고 상대의 공을 끝까지 보는 집중력이 있었다. 이날 타선은 20안타를 뽑아내며 키움 대체선발이었던 김재웅을 2이닝 만에 끌어내렸다.
이러한 조직력에는 컴퓨터 인공지능 ‘알파고’에 빗대 데이터를 잘 이용한다는 의미로 이른바 ‘허파고’라 불리는 허삼영 감독의 용병술이 있었다. 좌완에 경험이 부족했던 김재웅을 상대하기 위해 삼성은 좌완 상대 타율이 훨씬 좋은 최영진을 2번으로 전진배치했고 그는 5타수 2안타 2득점으로 제몫을 했다. 주장 박해민과 베테랑 김상수가 3안타로 힘을 냈으며 타자들은 주자를 되도록 멀리보내려는 팀 배팅으로 키움의 마운드를 정신없이 몰아쳤다.
결국 팀 컬러는 바뀌었지만 좀 더 짜임새를 갖춘 전력으로 삼성은 전체 일정의 3분의 1을 넘은 시점 선두권을 위협하는 강력한 대항마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외국인 선수 살라디노와 라이블리, 투수 심창민 등이 돌아오면 전력은 더욱 배가될 전망이다.
허삼영 감독도 경기 후 “김지찬, 선수들이 땅볼에도 전력질주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면서 “올해 뭔가 팀이 달라지는 모습을 확실히 느낄 수 있다”고 했다. 내야수 김상수 역시 “감독님이 오신 후 이기는 습관이 생기는 것 같다”고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기 시작했다. 왕조까지는 아직 이르지만 삼성의 힘은 되살아난다. 1737일의 인내가 조금씩 힘을 발휘하고 있다.
